
스리랑카는 인도 남동쪽에 위치한 섬나라로,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뿐 아니라 다민족, 다종교 사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싱할리족과 타밀족은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민족 및 종교 구성은 스리랑카의 역사, 정치,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이 글에서는 스리랑카의 대표적 민족인 싱할리족과 타밀족, 그리고 주요 종교인 불교와 힌두교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살펴봅니다.
싱할리족의 인구 비중과 문화
스리랑카 전체 인구의 약 75% 이상을 차지하는 싱할리족은 섬 내에서 가장 큰 민족 집단이며,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싱할리족은 인도-아리아계 민족으로 분류되며, 고대 인도 북부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조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유 언어인 싱할라어를 사용하며, 문자는 브라흐미 문자에서 발전한 싱할라 문자 체계를 따릅니다. 싱할리족은 불교를 신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상좌부 불교(테라와다)가 주 종교이며, 이는 타이,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불교 국가들과도 공통된 흐름을 공유합니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서, 싱할리족의 정체성과 민족주의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도 싱할리족은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포야(Poya)라는 보름날 불교 공휴일, 캔디의 에사라 페라헤라(EsaIa Perahera) 축제, 불탑과 사찰 중심의 마을 구조 등이 있습니다. 특히 캔디에 있는 불치사(Sri Dalada Maligawa)는 싱할리 불교의 성지로, 부처의 치아 유물이 모셔져 있어 수많은 순례자가 방문하는 곳입니다. 이처럼 싱할리족은 스리랑카의 국가 정체성과 연결된 민족으로, 과거 식민지 시기부터 독립 이후까지 스리랑카 사회 전반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심성은 때때로 다른 민족과의 갈등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타밀족의 정체성과 분포
타밀족은 스리랑카 인구의 약 15% 내외를 차지하는 두 번째로 큰 민족 집단으로, 언어, 종교, 문화에서 싱할리족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주로 스리랑카 북부와 동부 지역에 거주하며, 일부는 인도의 타밀 나두 주와도 언어 및 민족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타밀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타밀 문자는 남인도계의 브라흐미 계통 문자입니다. 타밀족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스리랑카 타밀(Lankan Tamils)이며, 이들은 수세기 전부터 섬에 정착해 온 토착 타밀족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도계 타밀(Indian Tamils)로, 영국 식민지 시기에 인도 남부에서 이주한 노동자들의 후손입니다. 후자의 경우 주로 중부 고원지대에서 차 농장 노동자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적으로는 대부분 힌두교를 믿고 있으며, 일부는 기독교를 따르기도 합니다. 힌두 사원은 스리랑카 북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타밀족은 힌두의 주요 신인 시바, 파르바티, 무루간 등을 숭배합니다. 특히 자프나 지역은 타밀 힌두문화의 중심지로, 전통 예식과 축제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타밀족은 오랫동안 사회·정치적으로 차별받아 왔으며, 이러한 긴장과 갈등은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이어진 내전(스리랑카 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타밀 민족주의를 주장한 LTTE(타밀 타이거)는 북동부 지역의 자치권을 요구하며 무장 투쟁을 벌였고, 이는 스리랑카 역사상 가장 긴 갈등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내전 이후 타밀족은 정치적 권리 회복과 지역 개발에서 여전히 도전을 받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 내에서 정체성과 권리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교육과 이민,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며 사회적 위상을 점차 회복하는 중입니다.
스리랑카의 종교 다양성과 역할
스리랑카는 민족 구성과 함께 종교적 다양성이 매우 뚜렷한 국가입니다. 전체 인구의 약 70% 이상이 불교, 12%가 힌두교, 10%가 이슬람, 7%가 기독교를 믿고 있습니다. 이처럼 종교는 스리랑카 사회의 전통과 일상, 정치와 갈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불교는 주로 싱할리족에 의해 신봉되며, 사원과 승려들이 사회에서 매우 존경받는 위치를 차지합니다. 많은 사찰이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교육기관, 복지센터, 지역 커뮤니티 중심지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리랑카의 불교는 정치적으로도 활용되어, 민족주의 담론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힌두교는 주로 타밀족에 의해 신봉되며, 인도 힌두교와 유사하되 보다 지역화된 신앙 형태가 나타납니다. 무루간(스칸다) 신에 대한 신앙이 특히 강하며, 힌두 사원에서는 전통 무용, 음악, 종교의식이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이슬람은 대부분 무어(Moors)라고 불리는 스리랑카 무슬림들이 믿으며, 아랍 상인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주로 도시와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으며, 상업, 무역, 음식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싱할리족과 타밀족 모두 일부가 믿고 있으며, 특히 포르투갈·네덜란드 식민지 시기 전파되어 오늘날까지 다양한 교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부 고원 지역과 콜롬보 등지에 천주교 성당이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스리랑카는 하나의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종교 간 상호작용은 때로는 화합, 때로는 갈등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종교 축제, 명절, 일상생활 속에서 종교적 다양성이 문화적 풍요로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리랑카는 싱할리족과 타밀족을 중심으로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이며, 불교와 힌두교를 비롯해 이슬람,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민족과 종교의 복합적인 구성은 스리랑카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때로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다양성은 스리랑카를 풍부한 역사와 문화적 깊이를 가진 국가로 만들며, 현대 스리랑카 사회는 과거의 갈등을 딛고 다문화적 조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스리랑카의 모습은, 세계화 시대 속 문화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